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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1일 수요일

한총재한테 세계일보 15대 사장 통보받았던 조민호의 고백

 http://www.chunilgo.org/bbs/board.php?bo_table=ciminran04_01&wr_id=727     

 

작성자 참감람나무 작성일15-01-21 01:01 조회380회 댓글2건

한학자 총재로부터 퇴임 통보를 받았던 조한규에 의해 <자택대기> 발령 중이던 조민호 세계일보 사장 내정자가 대기가 풀려 첫 출근한 1월 20일 세계일보 사원들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진솔한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통일가 식구로서 (그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움과 (우리 재단 내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자랑스러움, 다행스러움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편견 없이 일독하며 누가 물러나야 하고, 누가 큰 일을 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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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동료들께-

1월 1일 신임 사장 프로필 배포 사태 이후 벌써 3주일이 됐습니다. 일상으로 보면 후딱 지나가는 찰나 같지만 특별한 당사자인 나에게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그간 세상 공부, 사람 공부 많이 했습니다. 친구들이 슬슬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원생활에 돌입하는 때이지만 “나는 이제 시작”이라며 최면을 걸어왔던 탓인지 늘 새로운 일을 겪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것이 행인지 불행인지는 지나봐야 아는 일이지만 그래도 27년을 세계일보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일들을 체험하니 감사한 느낌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솔직히 나만큼 요직과 한직을 두루 거친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광풍이 사위어지고 흥분이 가라앉은 이제야 뭔가를 전해야 할 때라고 판단합니다.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가식 없이 사실관계를 적시하고자 합니다. 이해관계가 얽히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혀 둡니다.

1. 사장 교체
손대오 회장이 작년 12월 26일 저녁 비행기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머물고 계시는 한학자 총재를 찾아가 사장 교체를 건의하고 신임 사장에 관한 확답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3일 지난 29일 오전 6시쯤 귀국한 손 회장이 급히 나를 찾았고 그날 휴가를 낸 탓에 겨우 연락이 된 나에게 “한 총재님이 조민호씨를 신임사장으로 명하셨다”고 1차 통보를 했습니다.

그날 오후 4시20분쯤 나는 2차 부름을 받았습니다. 장소는 청파동 통일교 본부교회 5층이었고, 그곳에 통일교 최고 원로인 김영휘 회장(천일국헌법위원회 부위원장)이 손 회장과 함께 계셨습니다. 가볍게 담소를 나누던 김 회장님이 정색을 하고선 “조민호씨를 세계일보 제15대 사장에 임명함을 공식으로 통보합니다”고 했습니다.

한학자 총재가 국내에 계셨더라면 직접 전했을 텐데, 아마도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터라 국내 최고 원로이자 권위이신 김 회장님이 대신하신 것으로 압니다. 앞서 한 총재는 김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손 회장이 귀국하면 전하는 대로 하라는 취지의 말씀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김 회장은 나에게 신임 사장 임명을 통보하기 약 40분 전, 조한규 사장을 같은 곳에 불러 12월 31일부로 의원면직한다는 사실을 통보했고, 조 사장은 자신의 불찰을 언급하면서 이를 수용했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아는 사장교체 건의 골자입니다.

2. 조민호 사장론
복잡하고도 긴 얘기입니다만, 최대한 줄여 보겠습니다. 알다시피 11월 24일 ‘정윤회 감찰’ 보도가 나가고 28일 ‘정윤회 문건’ 보도가 잇따르자 통일교 안팎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청와대는 곧바로 사장 등 6명을 고소했고, 한학자 총재는 긴급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그것은 위기의식의 발로였다고 봅니다.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손대오 박사만이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사람으로 정리됐고, 한 총재는 손 회장을 ‘세계일보 회장 겸 발행인’으로 내정하고 12월 1일 500명가량 모인 회합에서 한 총재가 공식으로 손 회장 임명을 선포하게 됩니다. 그때 한 총재의 발언은 ‘세계일보 회장’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손 회장에게 인사권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70이 넘은 한 총재가 직명을 정확하게 되풀이 하지 않아도 이미 세계일보 회장은 모든 것을 관장하는 어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고, 동영상을 보면 한 총재도 그날 그런 취지의 말씀을 했습니다. 그것은 통일교의 오랜 관행입니다. 조한규 사장도 손 회장 취임 때 “손 회장은 문선명 총재, 한학자 총재 반열에 계신 분”이라는 취지의 인사말을 하고 잘 모시겠다고 하질 않았습니까?)
손 회장은 한 총재의 명은 받았지만 취임 전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소위‘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지 상당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천정궁과 교회 세계일보 등 여러 기관을 통해 적합한 사람을 연결해 달라는 비공식 통지를 띄웁니다. 그런 차에 몇 곳에서 나를 추천한 것으로 압니다. 나중에 들었지만 나 이전에 2~3명이 먼저 거론된 것으로 압니다. 당시 긴박한 기류를 보면 이 사람들을 사장감으로 보려는 경향도 얼핏 느껴졌습니다.

손 회장은 내 전화번호를 몰라 누군가에게 물어서 직접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나를 천거한 까닭은 이렇습니다. 현 여권과 소통할 채널과 인맥이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손 회장과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유력한 채널을 가동해 통일교 관련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분석하는 것이 나의 1차 임무였습니다. 공개하긴 좀 그렇지만 통일교는 내부에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학자 총재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손 회장을 급파한 배경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정치권력이 바보가 아닌 한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언론 탄압이나 종교 탄압을 할 리 만무합니다. 다름 아닌 형법으로 다스릴 폭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에 대해선 견해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손 회장님과 논의 도중에 ‘편집인’제의를 받았습니다. 물론 그것은 난국을 타개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었습니다. 긴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만, 아무튼 상황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듯 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해서 채널 상대측에 이 제의를 전했을 때 그 쪽에선 ‘불가’라고 했습니다. 손 회장 역시 편집인 그 이상에 대해선 ‘불가’라고 말했습니다. 나로서는 이쪽도 저쪽도 철벽이었고, 그래서 “그만 두겠다”고 했습니다. 우선 자리를 탐한다는 오해를 받기 싫고, 밖에서 보는 통일교의 이미지가 너무 나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손 회장과 긴 시간 많은 대화를 하면서 늘 느낀 것이 있습니다.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조한규 사장에 대해 유독 연민과 미련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진심입니다. ‘통일교 사태’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손 회장의 이 같은 태도는 방해요소가 됩니다. 왜? 정치권력 입장에선 정윤회 문건 보도는 대통령의 목에 칼을 들이댄 격이고 그 중심인물이 세계일보를 대표하는 조 사장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세상의 상식 아니겠습니까? 문건의 진위를 떠나,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국정이 휘청거리는 상황이 말해줍니다.
 
이런 저런 곡절과 과정을 거쳐 내가 사장후보로 올라가게 됩니다. 경상북도 청송 골짜기 촌놈이 서울에 와서 종합일간지 사장 후보가 됐으니 영광일까요? 아닙니다. 나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고,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도중에 통일교 측이 조민호가 아니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생기거나 통일교 사태를 별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나라는 존재는 겉돌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통일교 수뇌부에서 조민호 사장론에 대해 엄청난 반대가 있었고 그것 역시 넘기 힘든 큰 산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통일교 신도인가,  축복결혼은 했는가,  나이가 적지 않은가,  경험이 부족하지 않는가,  편집국 이외 분야는 모르지 않는가 등으로 압축됩니다. 그분들이 실제 그렇게 조목조목 따졌는지는 개인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손 회장님의 전언과 말씀으로 비춰 그렇게 추정합니다.
 
그분들의 생각을 전해 듣노라면 일견 이해도 되지만 갑갑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내가 손 회장님에게 제시한 대응논리는 대개 이런 것이었습니다.
 
1) 세계일보는 창간 이후 지금까지 사장 부사장은 100% 통일교 출신이었습니다. 그분들의 능력 유무를 떠나, 통일교 일색 그 자체는 세상의 비난을 받을 일입니다. 내가 공채 1기이고 26년 5개월을 이 회사에 다녔는데, 나는 그분들보다 더 회사를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길을 트면 내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사장 부사장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희망과 사기가 더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사장 자리를 오픈해야 한다는 것은 평소 나의 지론입니다.

2) 전쟁에는 이기는 장수를 보내야 합니다. 작금 통일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쓰면 됩니다. 이것은 협박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솔직히 지금 찬밥 더운 밥 따질 때입니까?

이런 사례를 든 적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최초로 공장을 짓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화교출신 설 모씨 덕분입니다. 설씨는 한국에서 짜장면을 팔던 사람인데 어째서 현대가 그를 초이스 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현대는 그의 부친이 마오쩌둥의 혁명동지임을 알고 그를 앞세워 중국의 장벽을 뚫게 됩니다. 설씨는 중국에 들어가 생존해 있는 부친의 혁명동지를 찾아가 자신이 누구의 아들이라고 소개하자 “네가 그 아들이냐”면서 부둥켜안는 등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그제 서야 설씨는 자신이 현대자동차의 에이전트임을 밝히고 중국에 자동차공장을 세우도록 요청하자 혁명원로는 흔쾌히 수락하게 됩니다. 오늘 베이징 시내 영업용차가 쏘나타 등 현대자동차 일색이 된 배경입니다. 설씨는 재산이 수조원이라고 합니다.

3) ‘열린 통일교’가 돼야 합니다. 통일그룹 산하 기관 기업체 사장은 죄다 통일교 출신입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사장을 10년째 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이런 식이면 누가 그곳에서 평생을 머물겠습니까. 문선명 선생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 아들 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 제자들은 신도 비신도를 구분하고 자리를 독식합니까. 세계일보만 해도 스포츠월드, 제작단, 전산제작단, 세계닷컴 등 자회사 대표는 세계일보 사장이 겸직하고 있습니다. 오래 근무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에게 회사를 맡긴다면 희망이 생기고 능률이 오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한 회사에 20년을 근무하면 그 사람이 바로 식구입니다. 신문을 모르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통일교란 이름만으로 왔다가 몇 년이 지나면 훌쩍 떠나는 분들이 이 회사를 얼마나 진정으로 생각할지 의문입니다.

내가 이런 논리를 폈을 때 손 회장은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뇌부에선 반대논리가 거칠게 들려왔습니다. 그렇다면 조민호는 경영능력이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던 걸로 압니다. 손 회장이 어느 날 “용산개발이 돼야 하는데...” 라며 슬쩍 용산개발에 대한 견해를 묻는 듯했습니다. 나의 생각을 테스트하겠다는 것이죠. 즉시 그에 대해 3가지 문제점의 해결책을 압축해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얹어서 모 건설업체 대표에게 용산개발 건을 좀 따보라고 했다고 말하자 손 회장이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그 외에 제작국에 대해서도 은근히 짚는 등 나를 그냥 놔두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손 회장이 어떤 분입니까. 결코 호락호락할 분이 아님을 아는 사람은 압니다. 고려대 수석입학 수석졸업 하고 통일교 내에서 원리에 가장 밝으며 문선명 총재 생존 시 남들은 주눅이 들어 말 한마디 못할 때도 가감 없이 자신의 견해를 밝힌 분입니다. 조민호가 같은 TK출신이라고 봐주고 할 분이라면 나 역시 그를 돕지 않았을 겁니다. 12월 한 달 내내 나의 정보력과 판단력, 문제해결능력 등에 대해 때로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접화법으로 끊임없이 테스트했던 것입니다. 12월말이 가까워 오면서 손 회장은 나를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3. 사장 인사 유보
통일교는 종산복합체의 특수조직입니다. 이 조직에서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총재의 명은 곧 법이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세계일보에 입사한 지 27년이나 됐는데 내 눈을 의심할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2월 29일 ‘정식 통보’를 받고 1월 2일 간단한 취임인사, 5일 정식 취임을 앞두고 며칠 사이에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나중에 들었지만 ‘인사를 보류하라’는 것인데, 나에겐 정식으로 통보해 주질 않았습니다. 적어도 한학자 총재가 공식으로 임명한 사람인데, 상황이 달라졌다면 그를 대신한 김영휘 회장을 통해 그 사실을 정확하게 공식적으로 나에게 전달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나는 아직도 그 정확한 이유를 모릅니다. 들리는 말뿐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번복할 수도, 취소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종교조직은 카리스마와 권위가 상징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주먹 센 놈이 주인이 돼야할 것입니다. 한학자 총재의 명이 굴절된 것도 모자라 그 절차적 하자까지 있는 것을 보면서 허탈감이 밀려들었습니다.

조민호란 사람은 많이 부족합니다. 애초 자격미달이라면 임명하지 말든가 임명했다면 그대로 가든가 하는 것이 도리일진데, 종합일간지의 사장 자리를, 그것도 비상한 상황에서 대화 파트너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인사를 흔든다면 세상 사람들은 뭐라고 하겠습니까?

뒤늦게 들리건대 온갖 음해와 모략이 한학자 총재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또한 증폭 과장되고…. 12월 한 달 내내 나를 테스트했는데, 무엇이 더 남아있었던 것인지 의아할 뿐입니다. 내가 남의 돈을 훔쳤습니까? 누구를 음해하고 모략해 수렁에 빠뜨렸습니까? 속된 표현으로 내가 여자문제가 복잡합니까? 학력을 속였습니까? 내가 TK출신이어서 그렇습니까? 내가 투기를 합니까? 내가 일을 안 했습니까?

조한규 사장은 작년 1월 나에게 A를 줬습니다. 이번에 결의문 작성에 가담한 어떤 후배는 가끔 내 방에 찾아와 “선배의 심의는 정말 좋다. 복사해 차곡차곡 모아놓고 있다”는 말도 합니다. 회사 간부들 중 재산을 따진다면 내가 꼴찌 그룹에 속할 것입니다. 과거 어떤 분이 정부대전청사가 들어서기 한참 전에 “청사가 들어서니 땅 좀 사두어라”고 조언했지만 사양했습니다. 아마 그때 샀더라면 열배는 올랐을 겁니다. 한 총재가 명을 보류할 만큼 절박한 그 무엇이 있었다면 나에게 알려주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음해·모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실수라면 12월 29일 ‘15대 사장 임명 통보’ 즉시 ‘조한규 사장 의원면직, 신임 사장 조민호’ 방을 붙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 사단이 벌어졌기 때문인데, 하지만 나는 그것이 실수이거나 후회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째, 나는 한학자 총재의 명을 존중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아니 의심할 이유가 없었죠. 앞서 조한규 사장도 한 총재의 한마디 명에 의해 사장이 되었고, 김병수 사장도 한 총재의 한마디에 그날부로 그만두었습니다. 이사회를 열고 어쩌고 하는 것은 거추장스러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지 않았나요? 그것이 통일교 조직의 오랜 관행이자 불문율 아닙니까?

둘째, 솔직히 주변에서 곧바로 방을 붙여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사양했습니다. 왜? 해도 바뀌기 전에 사장 교체를 알리면 편집국 많은 후배들의 심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위야 어찌됐건 정윤회 문건 보도로 세계일보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마당에 사장 교체를 밝히면 마치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탄압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적어도 해가 바뀌면 심리적 충격이 덜 할 것으로 봤던 것입니다. 

거꾸로 내가 아닌, 조한규 사장이 자신의 의원면직 사실을 주변에 알렸더라면 보다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 프로필을 1월 1일에 릴리스 하려고 했던 이유는 이것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릴리스 소동이 벌어진 것이죠. 솔직히 사장은 의원면직 상태이고 회장이 계시니 자연스럽게 회장 말씀에 따라 복잡한 절차 없이 처리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특히 1월 1일은 사람들이 부족하고, 더구나 골방에 사는 나로서는 마땅한 손이 없고 해서 비번인 조정진 위원을 불러 좀 도와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봉현자씨가 그런 자료를 잘 보낸다는 점만 생각했던 것이죠. 릴리스 과정에서 편집국장 등을 거치는 것이 정상이라는 주장에 동의합니다만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본질은 릴리스 방식이 아니라 신임 사장의 인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4. ‘결의문’ 등에 대해
아마도 전반적인 내용을 모르는 기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의문의 주장이 일리가 있을 겁니다. 사전에 인사를 알리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유로 갈음합니다.

실제 상황은 결의문과 많이 다릅니다.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을 죽 읽어 내려오면 느끼는 바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몰랐다고 해서 면피나 면책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주장과 표현, 그리고 작성과정을 살펴보면 그러합니다.

세상 일반에선 사건 사고 등 어떤 사태가 발생하면 진상규명이 먼저입니다. 연후에 여러 가지 조치들이 뒤따를 것입니다. 징계가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징계를 하면 되는 것입니다. 내가 2층에 있었음에도 나에겐 전화 한 통 없고 방문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기자 50명이 모였다면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나를 찾아와 조곤조곤 물어볼 수는 없었나요? 오로지 무언가에 쫓기듯, 정해진 방향으로 몰아치듯 한 그 행태는 매우 나쁜 버릇입니다. 일반인도 아닌, 사실 확인을 생명으로 삼는 기자에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경영권 탈취 시도’ ‘허위사실 유포’ ‘출세욕에 어두워’ 등에 대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아는 길도 물어보고 가는 세상입니다. 하물며 모르면서 그대로 밀어붙이면 레밍 무리와 무엇이 다를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봅니다. 사실관계가 맞지 않은 결의문을 작성하고, 그 결의문을 외부로 유출하고, 특히 미국에 계신 한학자 총재에게 당일 신속하게 전달한 사실을 중시합니다. 27년 기자경험으로 미뤄본다면 상당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 동안 법률가들과 상의한 결과 이것이야말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이자 인격권 침해임을 밝혀둡니다. 누가 누구를 처벌하고 징계해야 하는 것인지 모두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5. 통일교와 조민호
나는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종교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편입니다. 통일교에 대한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문선명 선생과는 묘한 인연이 있습니다. 세계일보에 들어오기 전에 알았으며, 그것은 종교적인 측면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 인연 때문에 지금까지 세계일보에 있으며, 통일교 문제에 대해 진득한 관심을 갖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이 있지만 기탄없이 통일교를 도와준 근년의 사례 몇 개만 올립니다.

1) 2010년 11월 말, 당시 김병수 사장이 간곡한 부탁을 해왔습니다. ‘통일교 일본인처 납치·감금 사건’과 관련해 일본 의회를 항의방문 하려는데 국회의원을 좀 섭외해줬으면 했습니다. 날자는 다가오는데 당시 편집국에선 가타부타 말이 없어 나에게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11월말~12월 초는 예산국회가 열리는 시점인데다 통일교 행사에 국회의원이 따라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즉시 행동에 나서 3명의 국회의원을 수배해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행사는 잘 끝났습니다. 헌데 그 후 김 사장은 밥 한 그릇 사질 않았습니다. 보고를 받은 문국진 이사장도 커피 한잔 대접 없었습니다. 밥상을 기대하고 도운 것은 물론 아닙니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죠.

2) 2011년 11월 문국진 이사장이 주도하는 제1회 안보포럼을 앞두고 공동개최 기관을 섭외하는 과정에 김병수 사장이 또 도움을 요청해왔습니다. 늘 그렇지만 하다가 안 되면 나에게 부탁하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10월 중순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현 국방차관)를 불러 골프를 하면서 연결해 줬고 행사는 잘 마무리됐습니다. 김 사장은 이번에도 밥 한번 사질 않았습니다. 익숙한 나로서는 그냥 잊어버렸습니다.
 
3) 2008년 이명박 정부 초기 통일교에 대해 세무조사를 할 것이란 정보를 듣고 개인적으로 MB 핵심측근을 찾아갔습니다. “형님, 세무조사할 거라면서요? 했더니 ”그런 건 아냐…“며 말을 흘렸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곳에 밥 먹고 있는 이상 그러지는 마소“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실제 세무조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MB가 통일교에 대한 반감은 상당했다고 봅니다. 문선명 선생에게 문화훈장 하나 주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가 됩니다.

본지 기자라면 한두 번 민원을 해본 경험이 있겠지만, 나로서는 숱한 걸 해결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대가를 바란 적도 없고, 자랑한 적도 없습니다. 이번 ‘정윤회 문건’ 보도로 인한 소위 통일교 위기론이 제기됐을 때, 솔직히 그 위기가 어디서부터 번져오고 있는가를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손대오 회장을 거들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 가능했습니다. 애초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뭐 하러 가담하겠습니까?

약간 슬픈 얘기를 하나 할까요? 재단의 유력한 고위인사가 지난 12월 중순경 나에게 전화를 해서 “통일교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조민호씨뿐입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부 평기자 때부터 알고 지내면서 골프도 여러 번 했고 내가 국회의원 3명을 대동해 일본으로 갔을 때 무척 고마워했던 분입니다. 개인적으로 형 또는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올 초 손 회장의 위상이 좀 흔들리자 ‘조민호 불가론’ ‘손대오 퇴진론’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고 내 자신을 많이 돌아봤습니다. 나는 통일교 측이 원해 도와주려 했다가 도리어 뺨맞은 것은 아닌지 되물어 봅니다.

세상일은 억지로, 더구나 음모로 해선 이루어지질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성찰해 온 나입니다. 인연이 닿으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못하는 것입니다. 현재 통일교 내부에선 한학자 총재가 느끼는 위기의식에 대해 “별 것 아니질 않느냐”는 기류와 “종전보다 더 심각한 뭔가가 닥쳐오고 있다”는 견해가 공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최상의 길은 폐허 위의 승리가 아니라 예방입니다. 통일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만한 다행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이 글은 폭풍의 중심에 섰던 사람으로서의 소박한 해명이자 견해입니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모든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5년 1월 20일  조민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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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정리님의 댓글

사건정리 작성일
세계일보 정윤회 문건 보도 -> 한총재님 손대오 회장 임명 -> 조민호 기자 신임사장 임명 및 조한규사장 해임 통보 -> 손대오 회장 사장해임건 보고 및 허락 -> 이상보 장로 특별보고서 회람 -> 세계일보 기자단 결의문 작성 -> 조한규 사장 유임 결정 -> 이상보 장로 특별보고서 외부 유출 -> 기독교안보 연대 및 활빈당 대통령 하야 겁박 데모 -> 미디어워치 보도 -> 신동아 기사 -> 손대오 회장 50일만에 해임 -> 김민하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신임 회장 임명 ->  조민호 기자 발표문 ->?

이런 사건의 흐름을 보면 눈에 띄는 몇가지가 있다.
왜 무슨 목적으로 이상보장로는 특별보고서를 작성했나?
음해와 모략은 뭘까?
회장결제사항을 뒤업은 이유는 뭘까?
조한규사장을 유임시킨 이유는 뭘까?
이상보 장로의 보고서는 조한규사장 유임을 위한 도움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보고서는 보수우익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조한규사장이 갑자기 언론자유의 상징이 된것 같다.
조한규 사장을 비호한 통일교 수뇌부의 방해작전이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수있다.
통일교 수뇌부가 청와대와 척을 지면서까지 조한규사장을 지키려는 의도는 뭘까?
또 한 가지 한총재님의 결정도 번복할수있는 수뇌부 파워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뇌부는 정윤회 문건 보도와 무관한가?
정윤회 문건보도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건가?
위기론이 팽배한 가운데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다는 수뇌부의  무시론이 우세하다.
형법으로 다스릴 문제들이 있다는 조민호 기자의 고언을 되새겨보기를 바란다.

조한규 사태님의 댓글

조한규 사태 작성일
"공개하기는 그렇지만 통일교는 내부에 상당한 문제거리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총재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손회장을 급파한 배경이 이와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정치권력이 바보가 아닌 한 정윤회 문건파동으로 언론탄압이나 종교탄압을 할리 만무합니다.

다름아닌 형법으로 다스릴 폭탄들이 있다는 겁니다."

형법으로 다스릴 폭탄이 무엇일까요?

통일교 내부의 비리가 아니겠습니까?

통일교 수뇌부가 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려하신 내용 그대로 입니다.

이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들은 스스로 물러나셔야죠.

그게 올바른 처신입니다.







<CARP 카페 댓글>

07:50 new
조민호 기자님, 힘내십시오.
 
 
09:48 new
푸하하하
국내 최고 원로이자 권위인 김영휘
 
 
09:57 new
세계일보에 님같은 존재가 27년동안 있었다는사실에 감동받았습니다.
이미 망할데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됩니다.앞날이 뻔히 보이는것같아
화만 납니다.
 
 
10:17 new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조민호님! 힘내세요!
그리고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11:37 new
힘내세요 조민호님 !!!!
 
 
11:56 new
문건과 관련한 세계일보 인사파동 그 전모를 알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앞날이 심히 염려됩니다.
조민호님. 진실은 언젠가 밝혀 질 것입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12:11 new
조민호 기자가 억울한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되겠군요.
 
 
12:16 new
글을 쓰려면 저 정도는 써야 글다운 글이라 하겠죠.
통일교 내부에는 저만한 필력을 가진 식구가 없는 게 좀 염려스럽네요.
 
12:36 new
억울하겠지만 필력??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12:19 new
이번 사태 수습되고나면 사장감이네요.
이런 준비된 인물이 있다는 게 위안이고 희망이네요.
 
 
13:31 new
애석하게도 천상에서 옳은 길을 인도 하는데도 지역적 인간들의 욕심에 하늘의 은사를 내팽기치는 도다 세월호 선장은 그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만 살겠다고 펜티차림으로 도망을 치는 모습과 같네요 이사건으로 많은 것을 잃게 될것입니다 물론 선장도 구속 되고 조민호님은 하늘이 선택한 유일한 분입니다 힘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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